감정을 시간속에 박제하는 화가 “안혜민 작가”

안혜민 작가의 작품 My Puppy 3, Acrylic on canvas, 90.9 x 72.7 cm, 2023

‘My Puppy 3’ 작품을 얼마 전 우리 회사에서 판매하게 되어, 안혜민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회사 사람들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오랜 친구로서, 안 작가의 팬으로서 사람들이 안 작가의 작품들을 보고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했다. 학창시절 나에 눈에 비친 그녀는 한 가지에만 미친듯이 몰두하고, 자신의 감정을 시간 속에 가두려고 발버둥치는 욕망 덩어리로 보여졌다.

예술적 감성과 전문성이 막강한 우리 회사 멤버들은 안 작가가 그녀의 가장 어둡고 불편한 감정(작가는 ‘심연’이라고 말하는)을 작품 속에 담아낸 방식이 매력적이라는 평가하였다. 또한 안 작가가 색을 다루는 방식, 특히 큐비즘의 형식으로 나눠져 여분의 존재로 그려진 사람들의 얼굴에 칠해진 핑크색의 색채감이 유니크하고 그 컬러 속에 작가 내면의 욕망이 느껴져서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오랜 친구로서, 안 작가의 팬으로서 기쁨과 벅참이 느껴지는 평가들이었다.

작가는 아프리카 잠비아 Dream School에서 현지 아이들을 위한 교재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삶과 축복’을 그리게 된다. 작가는 화려한 회화적 테크닉보다는 표현되는 이미지를 통해 위로, 힘 그리고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를 동화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총 4가지의 이미지로 표현되는 My Puppy 시리즈는 작가가 반려견으로 바라보는 순간, 그리고 반려견이 작가를 바라보는 순간을 ‘사랑’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신이 저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재능을 준 것은 사람, 동물,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삶의 축복을 그림을 통해서 나누어 가지라는 것인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안혜민 작가는 서울예술대학교 디지털 아트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한 신진 예술가다. 현재는 서울예술대학교 에서 강사로 재직중이며, 디지털 작업을 중심으로 한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을 주로 해왔으며, 최근 전통 아날로그 방식인 회화(판화,수채화)와 디지털이 융합된 형태로 다양한 예술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안혜민 작가는 자신에 대해 “한국의 미술가이며 회화, 판화, 실험 미술가입니다. 예술에 대해 “Unknown”을 시작으로 예술의 본질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제가 가진 문학적 상상력은 고전문학, 인문학, 우주과학, 물리학, 영화 등 다양한 매체와 미디어를 통해 받은 인사이트를 작가의 사상으로 재해석하여 회화와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물리학과 예술의 관계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현대인의 삶과 사회적 현상에서 보이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과 공간, 물질과 비물질, 비형식적 감각을 이미지화 하는 물리학적 회화(혜미니즘,Hyeminism)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필자가 사랑하는 작품이자, 제3회 중앙회화대전 전시, 서양화부문 특선을 수상한

안 작가는 사실 필자에게는 대학 동기이자, 최근 가장 눈독 들이고 있는 아티스트로 존재하고 있는 사람이다. 친구 안혜민은 선하고 순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이고, 아티스트 안혜민은 집요한 욕망덩어리다.

안 작가에게는 무서운 집요함이 있다. 점만 미친듯이 찍거나 선만 미친듯이 치거나 작품을 구상할 때 보면 굉장히 반복적인 행위를 집요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 개인전을 치르면서 가까운 작가가 ‘이러한 반복적이고 한가지를 집중해서 관찰하고 기억하는 증상은 경미한 자폐증의 경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건냈다고 한다.

이런 피드백을 불러일으킨 안 작가의 <심연> 시리즈

역시나 소심한 자기답게 근심에 찬 얼굴이 되었는데, 그런 안 작가를 보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기는 천재라는 거야’라고 하며 어깨를 토닥여주지 않았다면 땅굴파고 들어갈 뻔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자신도 이미 살아오면서 짐작했지만, 누군가로부터 직접 ‘그렇다’고 얘기를 듣는 순간 매우 아찔하게 놀라면서도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그 짐작은 어렸을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팔삭둥이로 태어나(그때는 칠삭둥이는 살아도, 팔삭둥이는 살기 어렵다고 했단다.) 온 몸에 주사바늘을 꼽고 죽을 고비를 앞둔 개구리 소녀(그녀의 아버지 말로는)를 위해 아버지는 기도하러 산으로, 할머니는 애가 곧 하늘로 갈지도 모르니 설 가족 모임에 음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자식이 그렇듯 더욱이 부모님에게 안 작가는 여러 의미로 아픈 손가락이었다고 한다. 성장기에 안 작가는 유아기, 유년기까지 입을 거의 열지 않았는데, 남의 이야기를 안 듣는 것도 아니고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자기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을 표현했다고 한다.

내 생각에 어린 안 작가에게 모국어는 한국어가 아니라 그림이었던 것 아닐까 싶었다. 어린 안혜민에게 언어는 점과 선과 면과 다양한 색깔들이었다. 아마도 어린 그녀가 자신에게 외국어(?)인 한국어를 이해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 안 작가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원할 때만 잘한다. 가끔은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말로 다 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에 그 못다한 말을 토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사실, 그것 마저도 솔직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한다. 가끔은 말없이, 아무 방어도 하지 않는 자신을 사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듯 고요하게 있을 때 ‘대화’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안 작가는 나와 함께 디지털 아트를 전공했다. 어도비 프로그램이 막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동기 들 중에서 그 Tool들을 가장 많이 가지고 놀았던 안 작가는 사실 디지털이 가지는 편리함을 누구보다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다. 실제로 안 작가는 졸업 후 그 기술로 꽤 잘 먹고 살았다. 싸이월드 스킨을 만드는 회사에 취업해서 매출 1등도 찍어봤다. 디지털 아트만 10년 넘게 하면서 NFT도 경험해보고 돈을 쉽게 버는 방법도 체득했다.

하지만 아티스트로서 안혜민에 대한 욕망이 안혜민의 일상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테크니컬하게 화려하게만 구현된 결과물로 돈을 번다는 것에 한없이 괴로워졌다. 자기 손 끝에서 탄생한 모든 결과물들이 보기 싫고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자신의 감정 때문에 더 괴롭고 더 외롭고 더 고독해져 갔다.

대체 왜 그런 것인지 오랜 고민을 했고 디지털로는 자신이 생각하는 감정과 색깔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순간의 감정을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박제를 해야 하는 안 작가에게 디지털 아트는 0과 1이 만들어낸 점, 선, 면, 색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고민 끝에 안 작가는 회화로 전향하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지만, 대학을 디지털 아트로 전공하고 대학원을 다시 순수 미술로 전향했다. 대학원 수업에서 본인 작품에 대한 소개하면서 ‘제 작품은 다 쓰레기였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작업에 대한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작가가 이어오고 있는 에 대한 답 없는 질문이며, 순수 미술의 길로 다시 찾아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회화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시간을 공간에 가두어
찰나의 아름다움을 소유할 수 있게 한다.

순수 미술로 전향해서 좋은가라는 필자의 질문에 안 작가는 좋거나 행복하다는 감정과는 다른 만족스러움에 가까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고 했다. 회화는 디지털 아트와는 다르게 손이 너무 많이 가고 작업하는 내내 지독하게 고독하고 괴롭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화를 하는 이유는 예술은 시간과 노동에 비례한다는 것을 매번 작품을 완성하며 느끼고 있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시간을 공간에 가둬 둔다는 의미에서 순간의 찰나의 아름다움에 대한 소유욕을 가장 절실히 담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화방에 가서 2가지 물감을 찾으라 2시간 넘게 쪼그려 앉아 있는 바람에 도둑으로 의심받은 적도 있었던 안 작가다. 자신과 타인이 순간적으로 발산하는 감정을 찰나를 담아내는 그녀에게 ‘시간의 심미성’은 자신의 인생에서도, 작품 세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가치다.

한번은 안 작가에게 왜 그렇게 굳이 고독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감정을 박제하는 수준으로 집요하게 구느냐고 질문을 했다.
본인은 과거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과거의 기억을 꺼내어 흔적으로 담아두는 그림을 주로 그리는데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이 존재한다.>는 물리적 시간에 대한 김교수의 이야기는 마음의 시간 ‘카이로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녀에게 편할 리 없다. (사실, 김상욱 교수님의 엄청난 팬이라는) ‘물리적 시간’이 아닌 ‘마음의 시간’으로 구분한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얘기한 인간의 ‘영혼은 물리적 시간 안에서 살지 않고, 마음의 시간 안에서 산다고 생각하며 물리적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이다.’라고 정의한 그 <마음의 시간>을 안 작가는 작품에 담아 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은 시간을 그대로 담아뒀다는 증명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이 그 순간에 담는 감정은 기억의 추상이 아닌, 실제 그 시간에 존재한 형태여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회화를 통해 자유로움을 찾고 있는 안 작가는 최근, 아날로그 X 디지털의 친근함을 극대화하는 작업에 도전하고 있다. 회화를 만나고 그렇게 멀리하고 싶었던 디지털이 고마워졌다고 한다. 회화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좀 더 강렬하고 단결하게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디지털이 극대화 시키는 매체가 되어준다고 한다. 그렇게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바로 <메트로프로젝트 2022_공간의 기록> 프로젝트였다.

경복궁 역 안의 전시 공간에서 진행된 <메트로프로젝트 2022_공간의 기록> 팜플렛
3개 판이 하나로 이어지는 작품인 <메트로프로젝트2022_공간의 기록_최후의 막차>
창문에 비춘 그림은 판화고 컬러 작업은 디지털로 작업한 <메트로프로젝트2022_공간의 기록_우리모두는 피곤해>

자신 만의 언어로 물리학적 회화(혜미니즘,Hyeminism)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안혜민 작가에게 ‘그래서 궁극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냐’고 질문했다. 안 작가가 답했다.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마음이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아, 처음으로 그녀의 본심을 알아챘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감정을 시간에 가두고 박제하려는 욕망 덩어리가 아니었다. 그 감정을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채워주는, 희로애락이 존재하는 유일한 우주의 생명체인 인간이 가져야 할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전하려는 스토리텔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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