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를 잘하는 리더

Prologue Questions

  • 당신이 일하는 조직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가?
  • 이런 문화는 어떻게 임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 현 조직에서 해로운 문화가 형성되는 것을 본다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The Great Leadership (T.G.L) “조직 문화와 리더십의 상관관계”

1992년 하버드 교수 존 코터(John Kotter) 와 제임스 헤스켓(James Heskett) 교수는 11년간의 방대한 연구 결과를 책으로 출간했다. 그 책의 주제는 기업이나 조직의 문화가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고객, 직원, 공급자, 지역 사회, 그리고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게 골고루 관심을 두고 임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며 조직력과 실행력이 강하면서도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가진 기업들이 그렇지 못한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 이 책의 연구 결과다.

200여개가 넘는 다양한 산업군을 분석한 이 연구는 임직원의 공유된 가치 체계와 건강한 문화를 가진 조직은 매출, 이익, 그리고 시장 가치에서 뚜렷하게 높은 성과를 창출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30년이 지난 요즈음 기업의 환경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했지만 건강한 조직 문화가 임직원들의 사기와 일에 대한 몰입도와 만족도에 영향을 주며 이런 영향은 결국 고객 만족, 경쟁력 확대를 통해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중요한 원천적 에너지라는 점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조직력은 비유를 하면 사람의 체력과 근력의 합으로 볼 수 있다. 근력은 운동을 할 때처럼 짧은 시간에 그 힘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요소다. 체력은 먼 길을 가거나 오래 건강히 사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좋은 성과는 근력 없이 안되지만 체력의 뒷받침이 없이는 유지할 수 없다.

© victorfreitas 출처 Unsplash

그런데 조직은 보통 조직의 체력보다는 근력을 강조하고 더 큰 가치를 둔다. 우리가 경험하듯이 근력을 키우는 일은 집중적인 훈련과 지도로 비교적 단기간에 이룰 수 있지만 좋은 체력을 유지하는 일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습관을 고치거나 만들어야 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없이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임기가 정해진 경영층들이 장기적인 체력보다는 단기적인 근력을 활용해 임기 중 좋은 성과를 내려는 성과 중심적 리더십과 행동을 자주 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직 문화의 특성은 그 시작이 중력처럼 위에서 아래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국가, 사회, 조직, 가정에서의 문화나 분위기는 결국 지도자나 최고 경영진, 부모에 의해 종적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조직 문화는 리더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조직 문화는 시간이 가면서 칡넝쿨처럼 횡적으로 광범위하게 그 영향권을 넓히게 된다. 칡넝쿨은 주변의 나무를 뒤덮어 고사 시키기도 하듯이 부정적인 조직 문화의 형태인 유독한 또는 해로운 문화 (Toxic culture)로 진화하기도 한다.

이런 유독한 조직 문화는 전방위적으로 전체 조직의 사기나 분위기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문화는 많은 인재들이 조직을 떠나게도 만든다. 인재의 이직은 당연히 기업의 손실이 된다.


미국의 유명한 경영학자 짐 콜린스 (Jim Collins)는 많은 잘 나가던 기업들이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자만심(Hubris)’을 꼽았다. 성공의 저주처럼 반복된 성공은 성공의 방정식이나 레시피를 형성하게 되고 경영층은 종종 이런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 jeshoots 출처 Unsplash

이런 조직 리더십은 장기적으로 정체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경쟁사들이나 시장, 세상은 이런 프레임과 상관없이 그 속도와 방향을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은 이런 변화와 경쟁사들에게 칡넝쿨처럼 둘러싸이게 된다. 시간이 가면서 변화되는 환경과 정체된 조직 리더십의 간극은 커지게 되고 결국 이런 기업들은 스스로의 성공 희생물이 된다. 그래서 성공한 기업은 외부의 변화에 둔감해진 문화의 조직은 혁신의 길로 가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되기까지 한다.    


최근 미국의 예금보험공사(FDIC)가 해로운 조직 문화를 알면서 오랫동안 방치한 조직으로 윌스트리트저널의 심층 취재 결과를 토대로 보도되었다.  이 정부 기관은 은행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감독하는 기관이다. 미국 내 상업은행과 저축은행의 예금 고객들에게 예금보험을 제공하고 은행들이 규정에 따라 운영하여 금융권의 위험요소를 최소화하는 안전 장치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일부 매니저들이 여성 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 그리고 성혐오적 언행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미국 전역에 산재한 은행들의 운영 상태를 평가하고 점검하기 위해 자주 출장에 가야하는 직업적 속성으로 여성 직원들이 남성 매니저들과 함께 자주 호텔에 머물려 있어야 한다. 여성 직원들은 일과 후 호텔 바에서 벌어지는 술 한잔 하는 자리에 합석하도록 압력을 받기도 했고 다수인 남성 매니저들에게서 성적인 대상으로 여겨지는 행동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런 남성 위주의 조직 문화는 이직한 여성 직원들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 BenWhite 출처 Unsplash

이 기관의 수장은 의회에 불려가 그의 조직 리더십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그는 이런 해로운 문화가 존재하는 줄 몰랐으며 일부 매니저들의 이런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는 현재 안팎으로 사임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거대 은행들에게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자 하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이 수장의 거취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정치적 파장이 일고 있다고 한다. 미국 민주당 정책을 지지하는 현 수장이 사퇴하면 공화당을 지지하는 부 대표가 이런 정책의 기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조직의 해로운 문화는 이렇듯 일부 부서나 해당 직원을 넘어 조직 전체에 영향을 준다. 조직에서 이런 칡넝쿨과 같은 해로운 조직 문화가 자리하지 않도록 리더들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할 일이다. 하버드 대학교 두 교수의 11년간의 연구 결과는 3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조직 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조직 문화는 다름 아닌 바로 리더의 얼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글쓴이 : 김종식, Ph.D.
· 기계공학박사, Purdue University (USA)
· 現, M3SEN 기술경영 사장 / H Alliance Co., Ltd. 자문의장
· 前, 타타대우상용차㈜ 대표이사 사장
· 前, 커민스엔진 아시아 총괄 사장 & 커민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 前, 주한 인도상공회의소 초대회장 역임 / 한국외국기업협회(FORICA)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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