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조각계 거장 <윤영자>


윤영자

(1924-2016)


대한민국 조각계 거장이자, 한국 현대 조각의 기수의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 윤영자는 여성이라는 조건을 뛰어넘고자 한 초기 여성 모더니스트의 한 전형이다.

ⓒ 아주경제

윤영자는 한국 여성 조각인 1호라는 명칭이 말해주듯 그의 생전 작품은 현대 한국 조각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작가는 60여 년간 국전 1회부터 30회까지 출품해 특선 4회를 비롯해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위치와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윤영자, <율(律)>, 1979, 대리석, 79×42×18cm
© KIM DALJIN ART RESEARCH AND CONSULTING

그는 당대 보편적인 조형어휘로 정착되어 간 모더니즘 조각의 형식을 공유 하면서 자신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였다. 다양한 재료와 형태를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 특히 모성애를 주제로 여성 인체의 아름다운 볼륨과 유려한 곡선을 이용하여 현대적인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1950년대는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현대화를 지향하는 시기였으나 여성의 사회적 조건은 근대 이전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근육적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장르이자 그 표상인 조각은 남성의 미술로 성별화되었으며, 이런 정황에서 한 여성작가가 조각을 전공하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데, 윤영자는 더하여 당대의 새로운 조형언어를 과감하고 진지하게 실험하였다.

윤영자의 작업은 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단순화된 윤곽선의 여체 또는 모자상, 알 같은 형상을 품고 있는 생명체, 그리고 율동적 움직임의 일루전을 내포한 추상 형상 등인데, 이들은 결국 ‘모성‘이라는 주제로 수렴된다. 스스로가 어머니 혹은 잠재적 어머니인 여성 작가에게 있어 모성을 바탕으로 한 시선은 자신을 향하게 되고 따라서 이에 근거한 작품은 자서적인 것이 된다.

ⓒ 한국미술진흥원


또한 그 시선은 몸을 통한 경험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촉각과 긴밀하게 짜여 있다. 윤영자의 작품은, 외견상 여타 생명주의 조각과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또한 신체적인 차원에서 경험한 생명현상의 표상이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윤영자, <애(愛)> ⓒ ART BUSAN

그의 작업은 고전주의, 사실주의, 생명주의, 순수추상 등 다양한 양식과 석고, 시멘트, 브론즈, 스테인레스 스틸, 석재 등 각종 재료들을 아우르며 작품의 종류도 소품으로부터 거대한 기념물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이룬다.

윤영자, <소녀>, ⓒ ART BUSAN

초기 작업은 고전주의에서 사실주의에 이르는 조각의 전통을 충실하게 계승한 것이었다. 인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여인상>(1955)이나 부르델의 헤라클레스를 연상시키는 <하늘을 찌르는 사나이>(1956)가 그 예다.

여인, 1992 © H Alliance

그러나 그는 이런 사실적인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단순화된 곡선형 매스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기다림>(1959)이 그 예로, 이를 통해 그가 표면의 세부를 정리함으로써 내부로부터 용솟음치는 힘의 강도와 방향 그 자체를 드러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윤영자, <기다림>, 1959, 화강석, 70×42×32cm
© KIM DALJIN ART RESEARCH AND CONSULTING

그는 인체나 생명체의 외관을 묘사하기보다 그 내부에 함축된 생명력을 표출하고자 한 ‘생명주의(biomorphism)’ 조각의 조류에 동화되어간 것이며, 1960년대 중엽부터는 완전한 추상조각 또한 실험하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은 새로운 자극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그의 실험정신을 확인하게 한다.

윤영자, <무제> © Dong-Ah Institute Of Media And Arts

윤영자는 구체적 내러티브나 사회적 메시지보다 형태의 미학을 우선시해 온 탐미주의자이자 그런 신념을 일생 지켜온 전형적 모더니스트였다. 이런 점에서 그는 한국 현대 미술사의 초기 모더니스트 조각가 반열에 자리매김 될 수 있다.


그는 30여년을 미술 교육계에 봉직했고 퇴임 후에는 석주미술상을 제정하여 여성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했다. 그는 예술의 사회적 조건을 이론적인 비판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시행착오로 열린 실천을 통해서 넘어서고자 한 몇 안 되는 미술인 중 하나다. ‘순수한’ 작업과 그 작업에 교차하는 ‘불순한’ 맥락들, 중성적인 형식주의 모더니스트의 얼굴과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체감해 온 한 여성작가의 얼굴, 그 사이에 조각가 윤영자의 진정한 정체가 있다.

윤영자, <엄마와 아기> ⓒ ART BUSAN

창작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동시에 기쁨과 환희를 주기 때문에 60년을 거듭해온 듯하다

여인, 1992

여인, 1992

브론즈

44 x 25 x 24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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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출처 | 한국미술진흥원, 글 윤난지,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박사, 현대미술포럼 대표
               김달진미술연구소
                한국문화정보원
                 Art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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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MA ARTCENTER

작품 문의 | sylvia@h-allia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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