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에는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 부서 이기주의
그리고 조직문화와 같은 무형적 가치가 드러납니다.
스타트업이 초기 성장 단계를 지나 규모가 커지면서 전에 없던 위험신호들이 감지되기 시작합니다.
업무효율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직원 퇴사율이 높아지고, 부서 간 불협화음이 커져가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제 때에 생성되지 않습니다. 이때 답답해진 경영진은 원인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초기 성장 단계의 경험에 의존한 채 현실성이 떨어지는 해결책을 시도하곤 합니다. 그 결과, 많은 기업들이 눈앞에 있는 성장 기회를 놓치고 정체되거나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직원들의 높은 퇴사율에 가로막힌 성장후퇴
과거 필자가 관리책임자(COO)로 일했던 한 기업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해당 기업은 영업관리부서와 재무팀 담당자들의 퇴사율이 유난히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원인 분석을 위해 순차적 개별 면담 및 프로세스 맵 작성과 같은 심층 조사를 진행한 결과 부서간 갈등과 비효율적인 업무처리가 우려할만한 상황이었는데 정작 대표이사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파악해 보니, 놀랍게도 영업본부 내에서도 세일즈 마감보고서 양식이 팀별로 제각각이었습니다. 영업부 직원들이 세일즈 보고서는 마감을 위한 형식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로 활용하려는 의도와 노력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영업관리팀 담당자들은 전임자의 파일에다 자신의 스타일을 가미해 이미 ERP에 있는 정보를 짜집기 해 재무팀에 송부하고 있었습니다. 그 어수선한 파일들을 받은 재무팀은 다시 재무팀 양식에 맞게 수작업을 하느라 몇일의 허비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ERP는 ERP 대로 담당자가 정보를 넣느라 분주한 상황이었습니다. 두 팀의 팀장들은 이런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 없이 월 마감 일정을 맞추기 위해 서로간 언성을 높이고 담당자들 채근에만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개선의 필요성은 알지만 실제 액션을 위한 톱을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었죠.
반복되는 무의미한 작업과 야근, 갈등상황, 관리자들의 수동적인 태도가 두 부서에서 젊은 실무 담당자들의 퇴사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조직이나 상사를 통해 자신의 커리어를 성장시키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실력 있는 실무자들은 바로 회사를 떠납니다. 그 결과, 조직에는 시킨 일만 딱 하는 직원, 부서 간의 갈등을 이용해 업무를 회피하는 직원들의 비중이 늘어 조직 전체의 업무처리 능력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당시, 부서 간 갈등과 비효율성 자체 보다 더 심각하다고 판단된 건 이런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개선하려는 주체나 의지가 회사 내에서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노력해봐야 회사가 알아주지도 않고 오히려 본인들에게 불이익이 생길 것이라는 불신과 불만이 가득했기 때문이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방식과 같은 무형적 자산은
외부 투자를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소속감, 협업능력, 조직학습능력, 실행능력과 같은 기업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회사의 자산이기 때문에 경영자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오랜 기간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가질 수 없는 결과물입니다.
CEO가 회사의 무형적인 자산 만들기에 소극적이고 영업적인 단기성과와 조직 규모 확장에만 방점을 두면 아래 임직원들의 행동은 그 모습을 따르게 됩니다. 당연히 자신의 성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에 노력 할리가 만무하고. 몸은 갑자기 성인 수준으로 커졌는데 그에 합당한 골격이나 지적 능력을 갖지 못해 뒤뚱거리는 아이의 모습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하게 됩니다.
톱은 갈아야 나무를 더 잘 밸 수 있다.
조직의 성장과 건강 관리는 우리 몸을 위한 다이어트와 비슷합니다. 절대적인 만병통치약은 없으며,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하고,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정체되는 기간을 인내하는 꾸준함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더 나은 성장을 달성한 후에도 또 에이징되는 몸에 맞는 건강 관리법이 필요하듯이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면 더 악화되는‘요요현상’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간단한 질문을 통해 우리 회사의 업무효율성을 진단해 볼 수 있습니다.
● 프로세스의 흐름: 특정 부서에서 업무가 자주 멈추거나 지연되고 있는가?
● 의사결정 효율성: 운영상 주요 결정이 반복적으로 번복되거나 지연되는 일이 많은가?
● 목표 일치도: 영업, R&D, 마케팅 등 부서별 KPI가 조직전체의 KPI와 일관성 있게 연결되어 있고
부서별 업무로 선행/후행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 구성원 목소리: 직원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소통 부족이나 불투명한 정보 전달에 대해 자주 불만을
제기하는가?
● 협업태도: 부서 간 협업이 어려워지거나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가?
우리 회사는 지금 어떻게 일하고 있나요?
스타트업의 성장은 비전을 같이하는 People이 모여 변화하는 시장에 맞추어
성장하는Process를 만들어야 틈새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Product (Solution)를
Persistence(지속적으로)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글쓴이 : 조병수 대표
- 現, 에이치얼라이언스 디딤멘토
- 前, 스와로브스키 코리아 공동대표 (관리부문)
- 前, BAT(British American Tobacco) 최고재무책임자(CFO)
- 前, GBC(General Binding Corporation) 최고재무책임자(CF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