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퇴사’의 시대 리더로서 역할은?

전통적으로 조직의 성과 달성을 위해 임직원들을 관리하는 일을 인사 업무라고 부른다. 영어로 Human resource management다.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일반적으로 인사부서라 부른다. 인사 부서명이 피플 팀, 탤런트 팀, 피플 & 문화 팀 등으로 명칭이 진화하고 있다. 이런 명칭의 변화는 사람을 관리 대상 보다는, 조직의 목표와 성과를 달성하는 인격을 가진 중요한 자원이며 주체라는 인식 전환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 두가지는 조직 역량의 극대화와 잘 설계된 업무 프로세스다. 대부분의 업무 프로세스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 컨텐츠와 서비스 개발과 생산 그리고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기 위한 자세하고 세세한 과정을 규칙화 한 것이다. 대부분의 프로세스는 수치화 되어 Go/no go의 게이트를 통과해야 한다. 이런 프로세스의 종점은 결국 고객의 기대치를 넘어서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품질과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끝임 없이 측정하고 수치화 하여 정해진 기준에 미달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조직 역량의 극대화는 그 구성원이 사람이기 때문에 업무 프로세스처럼 관리할 수 없다. 더구나 AI나 로봇 등이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들을 대행하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단순 업무가 아닌 부가가치 높은 혁신적이고 창의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측정하거나 수치화 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조직에서 사람을 관리할 수 있다는 방침이나 믿음은 유효 기간이 지난 제품과 같다. 이런 믿음은 오히려 조직의 역량을 약화시키고 경쟁력의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

© José Martín Ramírez Carrasco, 출처 Unsplash

요즈음 우수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능력 있는 사람들은 몸값도 비싸고 직장 선택 폭도 넓기 때문이다. 또 어렵게 인재를 확보해도 쉽게 이직을 하니 조직에게는 그만큼 손실이 된다. 그런데 직원들이 이직을 결정하기까지 상사가 그 이유나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조용히 비밀스럽게 이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업무 프로세스를 관리하듯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예측하거나 대체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조직 규모가 작은 스타트 업에서 임직원들의 이직은 남아있는 조직에 큰 영향과 혼란을 주게 된다.

조직의 경영진에게 직원들이 어떤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애초에 쉬운 일이 아니다. 비 대면 근무, 개인 주의, 칼 퇴근 문화, 회식 문화의 퇴조, 바쁜 직장 생활의 템포 속에서 팀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업무를 수행하는지 아는 것은 점점 어려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단히 성과를 달성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조직 리더십이 어찌 쉽겠는가?


© Felicia Buitenwerf, 출처 Unsplash

따라서 이런 조직일수록 경영진은 임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가늠하는 일은 중요해진다. 속마음을 상사에게 표출하는 것은 우리 문화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일반적인 대화조차도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에서 업무 보고식의 종적인 소통 방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직의 맥박과 건강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는 방법은 수평적 대화다. 즉 임직원들이 마음에 담고 있는 아이디어, 걱정거리, 불만 등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건설적인 방향을 잡아갈 수 있는 쌍방 대화가 필요하다. 이럴 환경에서 조직의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관리가 아닌 본인의 시간 관리다.

리더들은 하루 일과 시간 중 임직원과 몇 퍼센트의 시간을 할애하는지 측정을 할 필요가 있다. 조직 리더의 시간 효율성은 결국 직원들의 몰입도나 만족도, 궁극적으로 성과 향상으로 귀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간적 여유는 부지런하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임직원들에게 권한위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사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에 파묻혀 지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다 보면 정신과 육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결국 리더는 적극적인 권한위임을 통해 시간을 확보하고 이 시간의 일부를 임직원들에게 수평적인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 돌려주어야 한다.


글쓴이 : 김종식, Ph.D.
· 기계공학박사, Purdue University (USA)
· 現, M3SEN 기술경영 사장 / H Alliance Co., Ltd. 자문의장
· 前, 타타대우상용차㈜ 대표이사 사장
· 前, 커민스엔진 아시아 총괄 사장 & 커민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 前, 주한 인도상공회의소 초대회장 역임 / 한국외국기업협회(FORICA)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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