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약 소송에 휘말린 M&A기업의 CEO로 내정되었다면?

“당신이 160년 역사를 가진 10만명 직원들이 일하는 글로벌 회사의 신임 CEO로 외부에서 영입되었다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하겠는가? 신임 CEO로서 당신의 임무는 1년만에 시장 가치가 반토막 나고 무려 5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이 회사를 빠른 시일 내에 회생시키는 일이다.”

참고로 이 회사의 현 시장 가치는 약 39조원이고 2018년에 87조원을 주고 한 회사를 인수 합병했다. 피 인수 기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기존 제약과 의료기기 제조 및 판매 뿐만 아니라 농작물 등의 분야에서 신 성장을 추구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자 했으나 피 인수 기업이 판매해 왔던 인체에 유해한 제초제 소송에 말리면서 역사상 최악의 인수 합병의 케이스가 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물론 당신이 이 기업을 성공적으로 회생시킨다면 수백억 원 이상의 보상이 주어 질 것이다.

이 회사는 독일을 대표하는 글로벌 제약회사 바이엘(Bayer AG)로 아스피린 뿐만 아니라 마데카솔, 인사돌 등 우리에게 친숙한 전통적인 제약과 의료 분야의 선두 기업이다. 그리고 바이엘이 인수한 회사는 몬산토라는 미국 기업이다. 몬산토(Monsanto)는 농업과 종자 부분의 강자로 특히 유전자 변형 농작물의 선두 기업이었지만 합병 후 바이어에게는 제초제로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그 이름은 역사 속에만 남게 되었다.

*관련 기사 링크: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45127870

신임 바이엘 CEO 빌 앤더슨(Bill Anderson)은 이런 녹녹치 않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 약 3조원의 비용 절감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런 야심 찬 목표 달성을 위해 그가 시도하고 있는 출발점은 무엇일까?

바이엘의 기업 문화를 바꾸는 것으로 시작한다
ⓒ berkozel, Getty Images Pro

바이엘의 내부 운영 지침서는 무려 1,362 페이지에 달 한다고 한다. 300 페이지 기준으로 4권 이상의 책 분량을 읽고 숙지하라는 것이다. 규모가 큰 회사들의 관료 주의를 타파하여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업으로 변신하게 하는 일은 많은 신임 CEO들이 하고 싶어 하지만 성공 사례는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수많은 미팅과 긴 검토, 여러 단계의 결재 과정을 혁명적으로 타파하여 바이엘이 혁신적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바이엘 내부에서 Dynamic Shared Ownership이라고 불리는 이런 변신을 통해 향후 5천에서 6천개의 팀을 만들어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 나가는 조직운영 모델을 제시했다.

많은 기업들이 비대한 중앙집권적 조직을 분권형으로 만들고 결재와 보고 라인을 줄여 조직의 효율성과 스피드를 높이려는 노력과 일맥 상통하는 모델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는 단순히 조직의 단순화를 넘어 제품 개발이나 고객의 문제점을 15명에서 20명,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에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조직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 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해 애자일(Agile) 조직을 구축한 스웨덴 기업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부르는 스쿼드(Squad)와 비슷한 셀 조직이다1)

1)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티파이(Spotify)를 더 유명하게 한 것은 ‘Scaling Agile @Spotify’라는 백서로부터 시작된 그들의 독특한 조직구조와 운영방식, 그리고 문화이다. 이들의 애자일 조직문화는 ING를 비롯하여 국내 금융권 및 제조 기업 등에서 조직 혁신의 일환으로 적용하고 있다. Scaling Agile @Spotify 원본 바로 보기

새로운 조직에서 바이엘 경영진들은 목표를 제시하고 팀들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결정하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팀원들에게 일을 정해주고 성과를 관리하던 많은 중간 관리자와 매니저들은 팀원이 되어 약 3개월 정도 팀이 정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도록 다른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일을 하게 된다.

바이엘은 이런 변혁적 시스템을 적용하여 성공 사례를 만들어 전사적으로 전파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 예로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비타민을 시장에 출시했는데 새로운 조직 문화를 통해 전통적인 방식보다 약 1년의 시간을 단축했다고 한다. 새로운 비타민 출시 프로세스는 생산부터 용기의 디자인을 변경하는 일까지 여러 부서의 협조와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관련 부서들의 매니저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동의하지 않으면 원점으로 돌아가 출시까지 아주 긴 시간이 흘러야 되던 느린 결정 과정이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시간에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Bayer CEO Bill Anderson on Q1 2024 | 90 days in 90 seconds Today we’re reporting our Q1 results in 2024. www.youtube.com

이런 작은 성공 사례들이 모여 보수적인 기업 문화로 알려진 바이엘이 스포티파이처럼 애자일 기업으로 거듭나 현재의 힘든 시기를 극복할지 신임 CEO의 조직 문화 리더십이 주목된다.


글쓴이 : 김종식, Ph.D.
· 기계공학박사, Purdue University (USA)
· 現, M3SEN 기술경영 사장 / H Alliance Co., Ltd. 자문의장
· 前, 타타대우상용차㈜ 대표이사 사장
· 前, 커민스엔진 아시아 총괄 사장 & 커민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 前, 주한 인도상공회의소 초대회장 역임 / 한국외국기업협회(FORICA)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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