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P의 거짓

Prologue Questions

  • 당신은 상사와 어느 정도의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 상사가 가장 많이 당신에게 주는 가장 많은 피드백은 어떤 점인가?
  • 상사에게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The Great Leadership (T.G.L) “직장인이 거짓말을 잘 하게 되는 이유”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다. 필자가 미국계 다국적 기업 본사에 근무하던 매니저 시절, 한 전략 회의에 참석을 요청 받았다. 5명이 모였는데 회의를 주재한 인물은 해외 사업 총괄 부사장이었고 다른 참석자들은 아시아 태평양 사업 담당 부사장, 나의 상사 그리고 나였다. 직장 경력이 길지 않았던 나는 주로 듣고 만 있었다. 그런데 내 상사의 비즈니스 전략 발표를 한참 듣고 있다 보니 내 생각에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 dre0316, 출처 Unsplash

결국 나는 그의 의견과 반대되는 주장을 조금은 거칠게 표현하게 되었다. 문제는 회의가 끝난 후 벌어졌다. 내 상사의 얼굴은 벌게져 있었다. 어떻게 고위 임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상사의 입장과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냐는 불쾌한 모습이 역력한 그의 말과 표정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나중에 들은 바 나의 주장이 채택되는 전략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그러다 보니 나와 상사의 관계는 더욱 불편하게 꼬이게 되었다. 의도하지 않게 상사를 고위 임원들 앞에서 망신시킨 결과가 된 것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그는 나를 별로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았고 나도 그를 가급적 피하는 자세를 보이게 되었다. 이렇게 비틀어진 상하 관계는 나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천만 다행으로 그 회의 반년쯤 후 그는 이직을 했다. 내 대신 본인이 회사를 떠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의 스트레스는 그의 퇴사와 함께 사라졌지만 인수인계도 없이 그냥 그렇게 무심하게 떠나 버린 한 상사에 대한 기억은 잊기 힘들다. 그가 떠나고 필자는 그의 직책을 이어 받아 매니저에서 디렉터로 승진하게 되었다. 회의 시 상사와 반대되는 의견을 나름 조리 있게 개진했던 내 모습을 보고 더 큰 책임을 맡겨보자는 공감대가 고위 임원들 사이에 생겼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풍문처럼 들었다.

직장인들에게 상사를 대하는 방법은 매우 민감하고 정치적인 문제다. 대부분의 상사는 팀원들에게 칭찬이나 찬양을 받고자 한다. 본인들은 팀원들에게 칭찬보다는 야단을 치면서도 팀원들에게는 이런 비대칭 기대 심리가 있다. 조직의 상하관계는 이처럼 대부분 비대칭 관계로 형성, 유지된다.

따라서 현대 조직에서 팀원들에게 상급자들에 대한 리더십에 대한 다면 평가나 피드백를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프로세스로 보이나 실상은 팀원들에게 종종 솔직하지 않거나 거짓말을 하게도 만든다. 상급자에게 피드백을 솔직하게 줄 것이라는 기대는 매우 비 현실적이다. 왜냐하면 상급자도 사람인지라 본인에 대해 팀원들이 이런 저런 쓴 소리를 듣게 되면 기분이 좋을 수 없다 라는 사실은 이미 체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음에도 없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일 또한 편치 않은 일이 된다.


중국 당나라 황제 태종과 간의대부 위징과의 관계는 이런 아슬아슬한 상하 관계의 방정식의 드라마다. 당 태종과 신하들의 대화를 기록한 책 ‘정관정요’에 의하면 위징은 당 태종에게 17년간 300회 정도의 간언을 했다고 한다. 간언은 쉽게 말해 쓴 소리다. 황제의 행동이나 국가 운영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건의하는 내용이 간언의 본질이다. 그러니 절대 권력자를 향한 간언이란 목숨을 걸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쓴 소리를 수 백번이나 마다하지 않은 위징의 배짱과 용기도 대단하지만 그를 죽이지 않았던 당 태종의 인내심은 더 대단하다고 하겠다.

© reskp, 출처 Unsplash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첫 만남 10분 동안 약 3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이런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상대방의 귀를 즐겁게 만들어 줄 이야기를 통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다. 소위 비위를 맞추거나 눈치를 보는 행동이다. 이런 행태는 가족, 친구, 지인과 만남에서도 자주 접하게 된다.

개인간의 만남에서도 솔직해지기 힘든 인간 관계는 조직에서는 더욱 힘든 일이 된다. 문제는 현장이나 고객의 불만 등의 나쁜 소식이 이런 심리적 저항 때문에 실무담당 팀원들에게서 상급자나 결정권자에게 제때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행동은 결국 올바른 조직의 결정을 내리거나 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방해한다. 상명하복 조직 문화가 강한 조직에서 이런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전문가들은 상급자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을 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단 어떻게 소통할지는 매우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중요한 주의해야 할 점은 자의적이고 판단 적인 표현 대신 상사의 행동에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상사가 회의 중 너무나 발언권을 독점하여 짜증이 난다면 ‘회의 시 팀원들의 의견을 좀 더 적극적으로 들고 회의 말에 정리해주면 회의 진행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상급자에게 피드백을 준다는 것은 본인의 의견 피력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조직에 도움이 될 만한 사안이나 행동에 집중하는 태도가 요령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태도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상급자에 대한 피드백은 신뢰를 얻는 과정과 비슷하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한 밸런스를 잡아 준다. 따라서 시작은 당연히 긍정적인 부분부터 하는 것이 좋다. 부정적인 피드백은 처음에는 작고 짧게 함이 바람직하다. 상급자가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쓴 소리에도 과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좀더 성숙한 상하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 주게 된다. 이런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눈치보지 않는 솔직한 소통이 가능할 수도 있다. 즉 신뢰가 구축되는 컴포트존이 형성된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너무 위징처럼 행동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당신의 상사가 당 태종과 같은 대인이 아니라면 새 직장을 구해야 할지 모르니까. 당 태종 조차도 위징 사후 그의 묘비를 부수라는 명을 내렸다고 하니 상사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도 직장인들의 현명한 행동 지침이 될 수 있다.


글쓴이 : 김종식, Ph.D.
· 기계공학박사, Purdue University (USA)
· 現, M3SEN 기술경영 사장 / H Alliance Co., Ltd. 자문의장
· 前, 타타대우상용차㈜ 대표이사 사장
· 前, 커민스엔진 아시아 총괄 사장 & 커민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 前, 주한 인도상공회의소 초대회장 역임 / 한국외국기업협회(FORICA)회장 역임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