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은 1989년 대학교 MT 이후로는 올라 본적이 없었던 필자가 2020년에 처음 등산화를 사서 신고 소백산을 오르게 되었다. 애초 등정의 목적은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부석사에서 한국적 아름다움을 찾는 사찰 기행이었다. 소백산 완주 이후, 자연스럽게 사찰이 위치한 주변 산들을 등정하며. 대흥사를 품은 두륜산, 화엄사 지리산, 오대산 자락의 월정사, 그리고 겨울의 한라산 등을 두루 다니고 있다.
(일정 높이 이상의) 산은 정상에 도달하기 전, 꼭 2-3번은 정말로 심장이 터질 것처럼 숨을 헐떡거리게 되는 구간을 만나게 된다. 또 해안가 절벽으로 연결된 길들은 오르는 길이 좁고 아찔해서, 발을 내디딜 때 마다 머리카락이 쭈뼛쭈뼛서는 느낌까지…
“아. 왜 굳이 이런 길로 이렇게 갑니까?.
“이제 길이 없는 것 같은데, 그만 내려가지요.”
“저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 올라갔다 오세요.”
호기롭게 올랐던 산에서 처음 난코스를 접한 초보 산행자 허영희가 쏟아낸 불평들이었다.
인생에서 우리는 스스로 선택이던, 혹은 타의적이던 완전히 새로운 환경 혹은 이전 경력과 다른 분야의 일을 하게 되는 도전적인 상황에 적어도 1-2번은 처하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을 접하면 우리 몸은 ‘불편하다’라는 신호를 표출하게 된다. 불편의 신호들은 짜증과 불평과 같이 공격적으로 표출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 상황을 회피하고자 하는 양상으로도 나타난다.
그 ‘불편’이 장기화되고, 강도가 세지면, 우리 내면에 “불안”이라는 씨앗이 자라게 된다. “불안”이 생겨날 때 우리 몸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불안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서 결국 우리를 ‘좌절’하게 하고 무너지게 하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도전적 상황 -> 불편 ->불평 -> 불안 -> 좌절 단계이다.
‘불편’이 ‘불안’의 단계로 확산되지 않게 우리 몸이 받쳐주게 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최근, 우리사회에 (급격한 사회 기준의 변화로 여러 도전적 상황들이 많아지면서) 회복탄력성, 마음근육, 명상, 심리치료 등 여러 키워드들이 넘쳐나며 모두 도전 극복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행동심리학(Behavioral Psychology)에서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을 심리적 파워(Psychological Power)보다는 신체적 파워(Physical Power) 즉 행동의 변화를 쌓아가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첫번째, 총량의 법칙이다.변화된 환경에 필요한 지식과 스킬을 무조건 많이 익히고 연습한다는 것이다.
올림픽 무대이든 분야별 최고의 무대에 서는 스포츠 선수들은 큰 대회를 앞두고 ‘불안’을 이기는 법에 대한 질문에 한결같이 ‘그동안 해 온 연습량을 믿기에 흔들리지 않고 경기에 임합니다.” 라고 답변한다.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총량의 법칙에서 중요한 점은 단계별 목표를 세워 실제 상황처럼 연습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새로운 환경이 요구하는 구조나 매커니즘에 맞추어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점이다. 운동 신경이 뛰어난 선수들도 종목을 바꿀 때는 해당 종목의 기본기를 다시 익히기 위해 일정 기간은 Back-to-Basic에 집중하는 것처럼. (이때 기존 습관을 버리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인터뷰를 통해 자주 보게 된다.)
제조기업이 라이프 스타일 B2C 브랜드로 전환할 때, 유통기업이 지식산업이나 문화 기획사로 전환할 때는 새로운 게임의 룰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몸에 익혀야 한다는 의미와 같은 맥락이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어려운 부분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자꾸 예전 습관/방식으로 되돌아 가려고 하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가 상황이나 습관을 바꾸는 훈련을 할 때는 제3의 눈이라 할 수 있는 코치나 멘토가 필요한 것이다.)
Great Leader 4월 세션에서 지구 탐험가 박정헌 멘토님은
“문을 열고 나와서 계속 움직이고, 행(行)하는 것을 쌓아가는 경험”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하였다.
– 죽음의 Death Zone의 위치에 있는 마지막 캠프에서, 텐트의 문을 열고 나아가는 것.
– 손가락, 발가락이 터져 나가는 고통과 아픔을 참으로 마지막 5분을 계속 걸어가는 것.
익숙하지 않은 것을 거부하는 몸의 상태에 계속해서 반응을 주어 몸이 그 불편함을 이겨내게 하는 것이 먼저라는 메시지였다.
초보 산행가로 첫 난코스에서 포기하려던 필자에게 당시 동행했던 한 분은,
정상 가까이 가보지도 않고, 여기서 길이 끝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요?
조금 더 올라가봐야 보이죠? 한발 한발 집중해서, 계속 올라가면 됩니다.
작은 두려움들을 하나씩 극복하는 행동을 스스로 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후 힘을 내어 오르는 길에 발견한 정상부근의 소백산 주목(朱木)1)군락의 아름다움과 비로봉 정상에서 맞이한 감흥은 초보 산행인이 해 냈다는 자부심으로 지금까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밀려오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1) 주목(朱木)은 고산지대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상록교목이다. 줄기가 꼬이고 곁가지는 알래 위로 굴곡을 만들어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소백산 주목군락은 천연기념물로 보존되고 있다.
자기주도적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가보지 않는 길을 가고, 해보지 않은 일을 할 때 밀려오는 불안을 이겨내는 법을 몸에 익힌 사람들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시련과 실패에 꺾이지 않는 마음의 근력인 회복탄력성(Resilience)는 결국 우리 몸이 기억하는 땀의 흔적들이 쌓여 있을 때 발현되는 것입니다.
넘어지고, 죽음의 문턱에서 욕심을 모두 버리고, 또 올라가고, 다시 내려오고, 그 수많은 경험을 몸 속에 켜켜이 쌓은 박정헌 멘토님은 히말라야 8좌 등정 등반가에 지구 탐험가로 또 사진 예술가로 오늘도 원대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원대한 여정도 함께..
글쓴이 : 허영희, Ph.D.
· 경영학박사, University of Twente (Netherlands)
· 現, H Alliance Co., Ltd. 대표이사
· 現,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Art & Luxury MBA 겸임교수
· 前, Home & Tones 대표이사
· 前, Bluebell Korea, Louis Vuitton DFS Store Director
· 前, 타타대우상용차 CMO
행(行)의 발견으로 감각과 안목을 키우고,
습(習)의 발견으로 지혜를 축적하는 힘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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