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콜 앤드 리스폰스’를 불러 일으키는 [스탠리 휘트니]


Stanley Whitney

(1946 ~)


UNTITLED, 2017, MONOTYPE IN WATERCOLOUR ON LANQUARELLE PAPER, 21.0 X 27.3 CM
UNTITLED, 2018, MONOTYPE IN WATERCOLOUR ON LANQUARELLE PAPER, 21.6 X 27.9 CM, * 라나아쿠아렐(LANQUARELLE )은 100% 코튼 소재의 중목 수채화지로, 1590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LANA의 전통 제지 방식인 몰드메이드(Mould-made) 생산방식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흑인 아티스트들을 환대하는 제스처는 국 내,외 미술시장에서도 이제 자명한 현상이다. 2020년 9월부터 로마 가고시안(Gagosian) 갤러리에서 한 달간 진행되었던 개인전에 이어 올해 11월 27일까지 이어지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티에폴로 파시 궁(Palazzo Tiepolo Passi)에 최근 30년간의 작업을 대대적으로 전시하고 있는 스탠리 휘트니(Stanley Whitney, 1946~) 또한 그 돌풍의 중심에 서 있다.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 퍼포먼스와 팝의 이미지가 쇄도하던 1960년대부터 70년대의 시기에 예술 학도로서의 시간을 보내온 스탠리 휘트니는 1970년 전시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Stanley Whitney, 74. Credit.Gabriela Bhaskar/The New York Times
‘Stanley Whitney: The Italian Paintings’, Exhibition view. Palazzo Tiepolo Passi, Venice, Italy. Until November 27, 2022. © Stanley Whitney. Courtesy Lisson Gallery

다채로운 벽돌이나 타일을 쌓아 올린 듯한 독특한 화풍은 그가 필라델피아에서 보낸 유년시절, 물감을 모두 펼쳐놓고 그린 그림에서부터 뿌리를 두고 있다. 17세기 스페인 화가인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에서 고대 아메리카 원주민 도예가에 이르기까지 경계 없는 미적 취향을 지녔던 휘트니는 1970년대 중반부터 당시의 주류 문법을 따르는 대신 색 그 자체에 더욱 주목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스타일 모색에 집중했다.

Stanley Whitney, The Awakening of Memory (1996). Courtesy of Lisson Gallery

그가 작품 세계의 초석을 다지던 1960~70년대는 히피 열풍과 반문화적 사회분위기에 힘입어 흑백차별금지, 흑백평등 등을 추구하는 사회운동과 공권력 남용에 대항한 무장방어를 추구하는 흐름이 있었다. 이를 대변하는 흑표당(Black Panther Party)이 휘트니의 작업실에 방문하였을때도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들이 흑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적인 작업을 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벗어나 순수예술 그 자체를 추구하고자 했다.
주류로부터 스스로를 고립하며 작업을 해왔던 만큼 휘트니는 미국의 주류 예술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 아주경제

그의 작품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1992년 로마로 이주하면서부터였다. 콜로세움과 파르네세 궁을 포함한 고대 로마의 건축, 조르지오 모란디(Giorgio Morandi)의 정물화에서 일렬로 배열된 정물의 형태성 등의 이탈리아 예술에 영감을 받아 50년대의 미국추상회화 전통에 ’스택(stack)’으로 설명되어지는 자신만의 다층적인 색채언어 표현을 정립했다.

휘트니의 작업은 한 가지 색상을 화면에 올려 한 발짝 물러나서 다음 움직임을 고려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작품관의 상당 부분을 음악, 특히 재즈에 빗대어 설명하는 휘트니에 따르면 그의 규칙적이면서도 비정형적인 색상들의 향연에는 재즈의 문법과 즉흥 연주의 리듬이 담겨있다. 각각의 색 블록은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즉흥적으로 관여하고 있는데, 이는 재즈에서 메인 보컬과 백그라운드 보컬, 각 악기 등이 연주에 서로 호응하는 형태로 상호 작용하는 “콜 앤드 리스폰스(call and response)” 를 연상시킨다.

Provided to YouTube by Universal Music Group Georgia On My Mind · Louis Armstrong · Sy Oliver’s Orchestra Oh Didn’t He Ramble ℗ 1957 UMG Recordings, Inc. Released on: 1999-10-19

“모든 정사각형이나 모든 색상은 그 자체로 그림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특정 색채의 두드러짐 없이 각각의 유닛은 화면 내에서 형평을 유지하며 우리의 시선을 특정 부분에 갇히지 않고 한 사각형에서 다음 사각형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그 흐름의 리듬에 따라 우리의 마음은 다채로운 색의 추억 속에 잠기게 된다.

유럽의 갤러리들은 그의 작품에 열광했고, 커져가는 인기는 미국으로의 역수출로 이어졌다. 2015년 할렘 스튜디오 미술관(The Studio Museum in Harlem)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의 산실이었던 리슨갤러리(Lisson Gallery)를 비롯해 뉴욕 등지의 유수 갤러리와 미술관들이 그의 작품을 수집했다.

Untitled, 2021, Silkscreen 50 × 51 in 127 × 129.5 cm, Edition of 20 Two Palms New York

국내에서도 2021년 키아프(KIAF)에 참가한 뉴욕 투팜스(Two Palms) 갤러리를 통해 다양한 연령층에게 소개되며 이목을 끌었고, 올해 2022년 상반기부터 주요 옥션에 자주 등장하고 성황리에 마친 9월의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에서도 가고시안을 통해 소개된 전 작품이 사전 구매에 의해 모두 판매되는 등 스탠리 휘트니의 Color Stack에 국내 콜렉터들의 호응도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글 Ⅰ Yun Choi, Curation Specialist of H Alliance Co., Ltd.
작품 문의 Ⅰ sylvia@h-allia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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